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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모차/한승태

바람분교장 2020. 4. 13. 10:22

유모차
    한승태


아가만 필요한 건 아니다
할머니가 끌고 온 계절도 허리를 펴고 싶겠다
    


핏줄이 당기듯 처음으로 끌리는 건 어쩔 수 없나보다
회귀의 자세란 저런 것인가
   


내세엔 무얼 바라야 고단하지 않을까
저녁이 둥글도록 끌고 온 이 겨울 끝자락
   


새싹도 온몸을 둥글게 말아야 태어난다
낙엽을 집삼아 검버섯을 먹이 삼아
   


척추를 곧추세운다
봄의 자세란 저런 것일 게다


시집 <바람분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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