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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창작/시집

탑골공원/한승태

바람분교장 2020. 4. 13. 10:16

탑골 공원

한승태

근대가 남긴 최초의 고아라지
파고다 공원이 들어서고도 백년쯤
日光이 만세 하듯 급하게 지구를 돌리고
맥고모자에 양복이 낯설었던 팔각정
울분도 볕도 간데없고 햇살만 남아
거대한 유리관 속 원각사 탑
주인 잃은 종처럼 넋 놓고 서서
아름다운 기와집이 있고
옥신(屋身)에는 그 많은 부처와 보살과 天人이
저마다 구름 타고 연꽃 밟고 용과 사자를 거느리는데
근대의 주인이여
담장 너머엔 활동사진처럼 차들이 지나고
정적도 공원을 중심으로 동공을 열어 보이는데
깨알 같은 햇살에 홀로 골몰해
앙부일귀 받침돌에 넘쳐흐르도록 두 손 내밀고
비둘기모양 후줄근해지는 열두 동물들
볕을 쬐다 헛둘헛둘 운동하고 서넛씩 모여
구구한 이야기를 주고받다 술잔을 나누고
나란히 손잡아 강강수월래 하거나
만해 스님과 손병희 선생을 모시고
비문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시집<바람분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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