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분교_우리는 조금씩 떠나가고 있다
한승태 / 운명이다 본문
운명이다
애막골 근처 오월의 논길을 걸으면 온통 개구리 울음이다 울음뿐인 골짜기를 지나면 은하수 가득 벼들의 눈물도 흐르고 눈물에 젖고 나면 별들은 일시에 무너져 내려 몸을 헤집고 살 부비는 종소리 깊게 퍼져나가고
누가 당신에게 울음을 옮겨놓았나 손바닥으로 별을 쓸어보는 밤이다 은하수엔 숭어 떼 뛰고 함부로 던진 훌치기바늘은 등허리를 헤집고 질끈 눈 감은 울음은 논바닥에 나뒹구는 밤이고 어차피 혼자인 밤이고 소쩍새 나는 밤인데
한승태 시집 _사소한 구원_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