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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의 명인 인터뷰 본문
강원의 명인, 27 - 한승태
1. 우선 하는 일에 대한 소개 부탁드림
우선 애니메이션박물관과 토이로봇관의 담당 학예연구사로 전시기획과 운영을 했었다. 지금은 내년 재개관 예정인 애니메이션박물관 리모델링을 담당하고 있는데, 작년 1월 문광부에 애니메이션박물관 리모델링 사업 제안을 하여 5월에 최종 선정되었다. 현재 기본계획을 확정하고 증축 및 전시설계를 위한 작업과 애니메이션 자료 수집과 연구를 하고 있다. 현재 30억 규모로 리모델링하는데, 예산이 부족하여 추가 예산을 확보하는 것도 나의 일이다.
2. 애니메이션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게 된 계기? 에피소드?
애니메이션 하면 다들 하나씩의 추억들은 있을 테지만, 나로서는 어린 시절 TV로 보았던 마징가Z가 처음 접한 애니메이션이다. 물론 그걸 보기 위해 TV 있는 집 애에게 잘 보이기 위해 여러 가지 일이 있다는 뭐 그런 보편적인 추억 정도이다. 산골 화전민 출신에게 미디어에 대한 뭐 대단한 경험이 있었겠는가.
IMF이후 직장을 관두고 2000년 영월 책박물관의 외부 큐레이팅을 하면서 춘천시립도서관에 <아름다운 우리 책의 장정>이라는 전시기획을 2001년쯤 했다. 이게 아마도 전국도서관대회인지 무슨 평가에서 대상인가를 수상했던 모양이다. 이후 그게 인연이 되어 김유정문학촌 전시기획을 하게 되어 자료수집과 전시기획을 했었다. 끝내고 나니 애니메이션박물관 개관을 할 예정인데, 관심이 있냐고 해서 관련도서를 모두 찾아보았더니 당시에는 60여권이 채 안 되었다. 한 일주일인가 읽어보고 나서 공채에 응모했다. 뭐 싱겁다. 뭐 대단한 에피소드도 없고, 이러저러한 먹고사는 일을 하다 보니 전시 때문에 발을 들였고, 관련 자료 수집을 위해 사람들을 만나러 다니고, 애니메이션을 찾아보고, 관련 글을 쓰고 그러기를 14년 가까이 했고, 국문과 대학원을 진학했다 영상문화과로 전과하여 학위를 따고 하다 보니 애니메이션 전문가 행세를 하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게 애니메이션 분야의 역사가 짧다보니 이 분야를 선점한 것이다. 더 다행인 것은 애니메이션박물관을 2009년부터 전시는 물론 운영까지 모두 맡았는데, 매년 성장하여 이제는 박물관이 독립하여도 운영 가능할 정도까지 되었다는 게 보람이라면 보람이겠다. 박물관 일을 하면서 개관 전시를 두 번이나 했고, 다 성공했다. 그런 측면에서 운이 억세게 좋은 편이었다.
3. 애니메이션이 다른 예술 장르와 다른 점, 강점, 매력을 느낀 점 등
애니메이션은 사실 매력적인 예술이다. 시와도 매우 흡사한데, ‘Anima’라는 어원이 영혼 혹은 생명을 뜻하는 라틴어이다. 그러니까 영혼과 생명이 없는 것에 영혼과 생명을 부여해서 움직이게 하는 것이 애니메이션이다. 얼마나 시적인가! 그리고 애니메이션은 실제가 아니더라도 상상 속의 이야기를 이미지로 구현해내는데 탁월한 매체이면서 종합예술이다. 애니메이션을 보기에는 쉬어보이고 재미있지만 많은 과정이 숨어 있다. 상상을 통해 혹은 사실을 기반하여 상상을 더해야 하고, 그걸 시나리오 형태의 텍스트를 써야하고, 스토리보드 형태의 그림으로 전개가 된다. 그러다보니 인간의 희로애락을 알아야하고 더 구체적으로는 인간이 혹은 동물들이 혹은 사물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세상의 온갖 물리법칙을 감안하여 그림을 그리고, 또 한편으로는 그걸 무시하고 과장하기도 한다. 그것이 끝나면 색을 입히고 촬영과 편집을 하고, 음향효과와 더빙 등의 후반작업과정까지 일련의 사람 사는 과정을 미디어로 표현해 낸다. 그러다 보니 없는 사실도 상상하여 이미지에 생명을 부여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강력한 매력일 것이고, 인간의 희로애락을 다룬다는 측면에서는 여타 예술과 같은 점일 것이다. 없었던 걸 만들어낼 수 있는, 아니 존재하지 않았던 걸 구체화 된 이미지로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상상의 확장과 한계를 모두 지닌 매체이다. 또 비교적 비슷한 영화와는 다르게 배우가 연기를 해야 하는 부분을 디테일한 그림으로 표현해야 한다는 점에서 장점과 단점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인간을 표현하는 주요한 매체로써 그 영역을 확장시키고 있다. 한 때는 실사영화에서 온갖 표현이 가능해지면서 애니메이션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냐는 말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오히려 그 세계를 확장시키는데 기여하고 있다. 이제 실사영화의 대부분이 애니메이션과 함께 작업을 하고 있다. 애니메이션은 협동의 예술이었다. 한편의 애니메이션을 만들기 위해 수많은 스텝들이 연계되어 작업을 해왔으나, 이제는 IT기술의 발전으로 제작 툴이 좋아져 장편조차도 혼자 작업하는 시대가 되고 있다. 그러니까 좋은 아이디어가 있고, 그림을 그릴 수만 있다면 물리적인 한계를 극복할 시대가 되어 애니메이션은 가장 강력한 창작의 매체가 되었다.
4. 우리나라 애니메이션 역사에 대해 간략하게 정리
1930년대 초반 일본을 통해서 베티붑이니 미키마우스 같은 애니메이션이 소개된 것으로 잡지에 기록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비교적 일찍이 알려졌는데, 그때는 ‘토키만화’라는 이름으로 불리었다. 1936년에는 김용운 임석기 두 분이 청림촬영소에서 <개꿈>이란 토키 만화를 제작하고 있고, 필름으로 126m정도 제작중이라는 기사(조선일보 1936년 11월26일자)와 함께 그 캐릭터가 소개되어 역사는 1936년부터 시작되었다는 걸 알 수 있으나 상영기록을 찾을 수가 없어 완성이 되었는지, 상영이 되었는지는 더 자료발굴을 기다려야 한다. 해방 이후 코주부 김용환(기타 코우지)이 일본에서 재작하던 애니메이션을 만들어보려고 했다는 기록과 1953년 성웅 이순신이란 이름으로 다큐형식과 키네타시스기법(그림을 줌인 줌 아웃과 카메라 팬으로만 표현)으로 제작한 필름이 발굴되었고, 본격적으로 캐릭터가 움직인 건 1956년 문달부의 <OB시날코>음료 커머셜 필름이 현재까지 최초로 보인다. 이후 <럭키치약>을 비롯한 1959년 엄도식의 <활명수>, 1960년 신동헌의 <진로소주> 커머셜 애니메이션, 그리고 국립영화제작소의 박영일 감독이 한성학과 정도빈과 함께 제작한 <개미와 베짱이> 캠페인 애니메이션이 최초의 단편이며, 1967년 신동헌의 <홍길동>이 최초의 장편으로써 상업용 애니메이션의 역사를 시작하였다. 4차 유신영화법으로 한동안 뜸하다 1976년 한성학의 <철인007>과 김청기의 <태권V> 흥행함으로써 지속적인 제작이 이루어졌고, 이때부터 일본과 미국의 OEM제작이 활발하여 수출역군으로서 애니메이션 위상을 갖게 되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OEM작품을 카피하는 등 부작용으로 시장이 무너져갈 무렵, 88올림픽을 앞두고 자체 제작 TV시리즈 애니메이션이 새로운 창작의 활기를 불어넣었다. 1992년 세계적으로 <인어공주>의 흥행으로 애니메이션을 산업적으로 지원하는 계기를 만들었고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문화산업’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하기 시작하였다. 이후 각 대학에서 만화와 애니메이션 관련 학과가 개설되어 한 때는 100여개 가까운 학과가 있었으나 현재는 50여개 과가 존재하며 애니메이션 생태계를 이끌어가고 있다. 이들 대학 출신들은 기존 애니메이션 종사자와 달리 작가의식으로 무장하여 영화제 출품하여 이름을 알리면서 등장한다. 2000년 들어 산업의 구조도 OEM제작에서 창작 애니메이션으로 전환이 꾸준히 이루어져 현재는 43%정도의 창작이 숫자상 이루어지고 있다. 장편도 2006년 재개봉한 <태권V>가 60만 가까운 관객을 끌어 모았으나 2011년 황선미 원작의 <마당을 나온 암탉>이 300만 가까운 관객을 모으면서 새로운 창작의 계기를 만들고 있다. 더불어 TV시리즈로는 <뽀롱뽀롱 뽀로로>가 국내는 물론 유럽시장에서 선전하여 국내 애니메이션의 세계 시장 점유율이 3%가까이 올라갔다. 현재 한해 평균 100여 편의 장단편이 만들어지고 있어, 더 좋은 작품들이 만들어질 수 있는 환경은 만들어진 상태이다.
5. 한때 만화방 등 거세게 불고 지금은 좀 소강상태로 보인다.
어떤 이유라도 있는지
이런 질문은 좀 곤혹스러운데, 만화가 애니메이션의 원작이 되는 경우가 흔하기는 하지만 만화가 곧 애니메이션은 아니다. 보통 만화의 방식으로 그려서 만들어지는 애니메이션을 셀 애니메이션(우리나라에서는 만화영화라고 함)인데, 그 외에도 현재는 인형이나 클레이, 3D 등의 애니메이션을 단순 만화영화라고 부르기에는 무리가 있다. 하여간 만화와 애니메이션이 떼려야 뗄 관계는 아니니 뭉뚱그린다고 하더라도, 현재 만화방의 자리는 웹툰이 대신하고 있다. 개인화된 미디어 기기를 통해서 손쉽게 접근하는 웹툰은 처음 등장할 때만도 출판만화를 스캔하여 올리는 형태였으나, 지금은 웹툰만의 미학이 존재하기도 한다. 그리고 만화가 데뷔도 예전 출판 잡지 만화와 메인 작가의 문화생으로 시작하던 것이, 이제는 웹툰의 공모제도를 통해 만화가로 등장하기 때문에 만화방보다는 웹툰으로 자리를 넘겨준 것으로 보인다.
6. 예전에도 그랬지만, 일본 애니가 강세이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물론 특별한 이유가 있다.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즐기는 인구가 많기 때문이다. 그만큼 시장이 받쳐주기에 다양한 애니메이션에 제작될 토양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만화시장의 팬 층이 두텁고 만화 잡지연재와 출간을 통해 검증받은 작품이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는 시스템이다. 그렇게 흥행 실패에 대한 리스크를 줄이는 것이고, 마니아를 위한 OVA(오리지널 비디오 애니메이션)도 있어, 애니메이션의 다양성을 확보하고 있다. 그래서 애니메이션의 각 장르, 모험물, 학원물, 괴수물, 액션물, 로봇물 등 심지어는 성인물까지 각각의 시정이 조금씩 자기 영역을 가지고 존재한다. 그러다보니 시대적인 트렌드가 변하더라도 쉽게 대응하며 시장을 유지한다. 그리고 그 마니아들의 경우 전 세계의 애니메이션을 수용하기 때문에 심지어 제작자가 있는 나라에서는 DVD가 출시되지 않더라도 일본에서는 출시되는 상황까지 생긴다. 얼마나 부러운 상황인지.
무엇보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강점은 스토리다. 서사의 깊이는 학문적 접근과 연구로 스토리 세계의 완성도를 높이고 거기에 대중적인 플롯을 적용하여 몰입도가 높으며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해야만 하는 이유를 충족시킨다. 이들이 다루는 주제는 전 세계의 신화와 역사를 심리학의 코드로 문학과 철학의 코드로 풀어내는 작가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보통 우리가 애니메이션을 아이들이나 보는 것쯤으로 치부할 때, 문학과 철학에서도 힘든 주제들을 애니메이션으로 풀어내는 걸 보면 존경하고 싶어진다.
7. 유력한 산업으로 얘기를 하는데, 국가에서 그럴만하게 투자를 하고
육성을 하는지...
이런 얘기를 할 때, 사실 나는 이솝우화 중에 여우와 신포도 사례를 많이 든다. 미국과 일본의 애니메이션의 성공으로 우리 애니메이션에 대한 작품의 질과 상업적 성공에 대한 기대치는 점점 높아진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기초가 탄탄해야 한다. 시장의 기초든, 투자의 기초든, 스토리를 생산해 내는 기초든, 그것을 분석하는 인문학적 기초든, 그런 기초도 없이 우리는 남이 성공한 포도만을 바라본다.
~~~~~~~~~~~말로 때우죠.
8. 춘천 애니메이션의 성과
춘천의 애니메이션이라고 할 것이 있을까? 자문한다. 물론 불모지다. 1996년부터 민선 시장의 안목으로 시작한 사업이다. 산업적으로 사람들과 자본이 모여선 만들어진 춘천의 산업이 아니다. 그나마 애니메이션박물관이 성공적으로 운영되어 대한민국의 애니메이션의 역사를 정리하고 그 문화를 전파하는 공간으로서는 매우 성공적이라 자평한다. 그리고 구름빵, 파워마스크, 피들리 팜 등의 작품을 만들었으나 구름빵만 잠깐 인기가 있었다. 거기에는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말로 때우죠.
9. 시인으로도 활동을 하는데, 애니메이션과 어떤 시너지 효과가 있는지..
애니메이션과 시는 매우 밀접한 관계에 있다. 처음에도 언급했지만 어원적으로 같은 곳에서 출발했다는 걸 알 수 있다. 애니메이션은 추상적이고 관념적이더라도 애니메이션에서 풀어낼 때는 매우 구체적인 이미지로 변환해야 한다. 그런 것이 시 창작과 연관이 깊기도 하다. 사실 애니메이션 자체가 20세기 들어 예술의 새롭고 낯선 표현기법의 하나로 개발된 것이다 보니, 일상에서 관습에 의해 쉬이 지나치던 것들을 낯설게 하여 다시 한 번 주목시키는 측면에서도 문학의 낯설게하기와도 연관된다. 누구는 이현령비현령이라 하겠지만 말이다. 나로서는 실제 단편 애니메이션을 보고 쓴 시도 여러 편이 있다. 시를 했기에 이미지 분석과 스토리 분석에 도움이 되기도 하였으니 양 장르에서 사로간의 스밈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
10. 문학적인 것 포함하여 개인적으로 어떤 목표 ?
개인적으로는 출판사에 넘어간 시집이 출간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림동화도 좀 내고, 애니메이션박물관의 리모델링도 멋지게 마무리하고 싶다.
11. 이밖에 한국 애니메이션에 대해 하고 싶은 말 자유롭게~
아, 한국 애니메이션! 시장 상황을 보면 답이 나오지 않는데, 그래도 10년 전보다는 시장상황이 좋아진 것 분명 맞다. 금방 확 일어나지는 않겠지만 서서히 조금씩이나마 좋아지고 있다. 이제 제작기술적인 부분의 성장이 아닌 작품의 질적 차원에서 성장하였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애니메이션은 이야기다. 사람들은 이야기의 매체로서 애니메이션을 받아들이는 경향이 강하다. 보통 작가주의 애니메이션에서는 이미지만으로도 애니메이션이 성공적으로 제작되고 평가되나, 시장에서의 애니메이션은 무엇보다 미력적인 이야기가 성공을 좌우한다. 그림이 못 그렇더라도 이야기가 재미있으면 사람들은 그 작품을 소비하지만, 이야기가 재미없는 작품의 이미지와 그림이 아무리 좋더라도 외면 받는다. 핵심은 이야기다. 미래 산업의 핵심도 이야기다. 난 한국 애니메이션이 다양한 이야기를 했으면 좋겠다. 보통 우리나라 애니메이션 시장은 유아 및 아동용만 가능하다고 으레 단정하는데, 좋은 작품은 관객의 나이와 상관없다. 지브리 작품은 관객의 타킷팅이 애매해도 성공한다.(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붉은 돼지, 추억은 방울방울 등) 이야기가 공감이 가고 재미있기 때문이다. 좋은 이야기는 매체를 가리지 않는다. 애니메이션 외에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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