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분교_우리는 조금씩 떠나가고 있다
노랑나비/한승태 본문
노랑나비
한승태
나비에게 소원을 빌면
말하지 못하는 나비는 비밀을 간직한 채
하늘로 간다
대한민국이라는 배에 탔던 사람들은
맹골수도 어두운 바다 속에서
이국만리 독립 투쟁의 장정에서
힘없는 국가에 태어나 남의 나라 전쟁터에서
혹은 먼저 떠난 부모와 형제자매를 찾아
이승의 국경을 넘는다
억눌리고 발버둥 치다 죽은 이들의 밤이다
해마다 봄이 되어도
음습한 추위가 뼈마디마다 촛불을 켜겠다
나비가 돌아오듯 봄꽃들이 해마다 기억할 것이다
멀게는 동남아에서 중국에서 이름 모를 섬에서
가깝게는 맹골수도에서 집집마다 문 앞에서
자본과 권력의 사막을 지나
生의 국경을 넘어
태양의 길을 따라 봄꽃으로 봄비로
삶에 죽도록 목마른 이들이 돌아오는 것이다
시집<바람분교> 중에서
'시창작 > 시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와우/한승태 (0) | 2020.04.13 |
---|---|
금낭화/한승태 (0) | 2020.04.13 |
너의 얼굴에 침을 뱉어라! (0) | 2018.02.12 |
지옥도 /한승태 (0) | 2018.02.02 |
무당 개구리 / 한승태 (0) | 2018.01.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