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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토의 움직이는 숲

바람분교장 2013. 8. 1. 15:40

      제    목 : 토토의 움직이는 숲

감    독 : 에스벤 토프트 야콥슨

러닝타임 : 75분

상영시간 : 10:30 / 13:00 / 15:00 / 17:00 

 

 

애니메이션박물관의 전용상영관 아니마떼끄에서는 8월 한 달간 <토토의 움직이는 숲>을 상영한다.

8월 방학을 맞아 마법의 숲을 지키기 위한 위대한 모험이 펼쳐지는 한편의 시원한 유럽 애니메이션을 소개한다. 자연친화적이고 착한 애니메이션이지만 느리거나 지루하지 않다. ‘토토’가 위기에 봉착했을 때는 스릴과 긴장이 넘쳐 초조하기까지 하다. 이 작품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나 <나니아 연대기>처럼 '문 뒤의 또 다른 세상'에 관한 이야기이다. 흔하고 보편적인 서사 구조지만 누구나 어린 시절의 꿈을 떠올리면 설레고 사랑스럽다. 어른들은 닿을 수 없는 순수의 세계를 슬쩍 구경하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어른인 할아버지는 야트막한 담장 뒤편이 난리통인데도 전혀 깨닫지 못하고, 고집스런 사냥꾼은 동물들과 소통하지 못한 채 고립된다.

 

이야기는 방학을 맞아 할아버지 댁에 놀러간 소피와 조나단이 주인공이다. 숲에서 놀던 중 사라진 동생 소피를 찾기 위해 담장 너머 마법의 숲으로 들어간 조나단은 전설의 거대 곰을 마주친다. 소피는 자신이 늘 가지고 다니는 곰인형의 이름인 ‘토토’를 거대한 곰에게 이름 붙인다. 

틈만 나면 티격태격 싸우다가도 금세 죽고 못 사는 사이로 돌아오곤 하는 소피와 조나단 남매는 "어디서든 놀아도 좋지만 깊은 숲으로 통하는 문은 나서지 말라"는 할아버지의 경고에 따라 남매는 마당에서만 놀기로 한다. 졸졸 따라다니는 소피가 귀찮은 조나단은 소피가 숲으로 통하는 문 밖에 있음을 알면서도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 그러자 자신의 곰인형 ‘토토’를 가지고 소피는 어디론가 사라져버리고, 소피를 찾아 깊은 숲으로 따라 들어간 조나단은 상처를 치유하는 사슴, 비를 부르는 개구리, 똑똑한 까마귀 같은 괴이한 동물들과 만나게 된다. 숲을 등에 이고 다니는 거대한 곰을 본 조나단은 놀라 도망치던 중 사냥꾼에게 신세를 지게 된다. 사냥꾼은 토토를 잡기 위해 벼르고, 조나단은 사냥꾼에 맞서 토토를 지키려 한다.

이 영화는 판타지의 전형을 잘 따르고 있다. 그래서 아이들 나이에는 장롱 뒤에, 다락방에, 혹은 마루밑에 무엇이 잇을까, 한편으로는 궁금하고 한편으로 두려운 세게에 대한 호기심이 잘 나타나있다. 일단 판타지에 들어간 주인공이 어떻게 행동하는냐에 따라 이야기의 패턴이 조금씩 바뀌며 판타지의 세계가 어떤 곳인지에 따라 주제가 정해진다. 제목이 말하듯 영화는 움직이는 숲이 등장한다. 여기서는 토토로 이름을 부여받은 곰인데, 이 곰은 야생의 실제 곰이라기 보다 곰의 모습을 한 숲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영화에서도 곰은 등 위에 숲을 짊어지고 다니지만 어딘가에 웅크릴 때는 주변과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자연과 동화된다. 그럼에도 숲은 움직이다는 것은 숲 자체가 변화하고 생성하고 부패하는 살아있는 생명(유기체)라는 은유가 아닐까. 그래서 똑똑한 까마귀나 치유하는 사슴, 비를 내리는 개구리들은 자연 그 자체이다. 또한 이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어린 주인공 남매와 어른인 할아버지, 그리고 사냥꾼이다. 할아버지는 금기를 설정하는 사람이고, 사냥꾼은 어른들이 갖는 합리성과 비합리성, 그리고 인간이 자연과 더불어 사는 것이 아닌, 개발의 논리로 대처해 온 역사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사냥꾼의 곰 사냥에는 무조건적이고 자신의 가족과 인간의 터전을 지킨다는 이기적이지만 일견 타당한 논리로 등장한다.    

 제16회 부산국제영화제와 2011년 안시페스티벌 초청작으로 먼저 소개된 바 있으며 에스벤 토프트 야콥슨 감독은 이 작품으로 지난 제38회 시애틀국제영화제에서 4Families청년심사위원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