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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잣말/바람분교장이 전하는 엽서

사이비/한명희

바람분교장 2025. 5. 13. 10:16

사이비 

한명희 

 

 

이렇게 절실한 말이 

또 있을까

 

사이비

 

영어도 아니고

일어도 아니고

순우리말을 더욱 아닌

 

다시 생각해보면

 

영어같기도 하고

일어같기도 하고

우리말 같기도 한

 

사이비

 

가짜인 듯하다 진짜인 듯하고

진짜인 것 같다가 가짜 같기도 한

 

진짜일까봐 떠날 수 없고

가짜일까봐 더욱 떠날 수 없는

 

알면서도 속고

몰라서도 속는

 

사이비

 

이 안에도 사이비가 있다

우리들 중에 숨어 있는 사이비가 있다

 

내 안에도 있다

아닌 척 앉아 있는 사이비가 있다

 

 

 

-미네르바 2024년 겨울호 중에서

 


때가 왔다. 대통령 선거가 며칠 남지 않았다. 저마다 민주주의를 말하지만 저들이 말하는 민주주의가 정말인가? 진짜인가? 사이비인가? 왜 사람들은 속는가? 시인은 말한다. 그건 우리 안에, 아니 내 안의 사이비가 있기 때문이다. 저들이 민주주의가 진짜이기 위해선 우리 안에, 내 안의 민주주의가 진짜여야 한다고. (한승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