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분교_우리는 조금씩 떠나가고 있다
달맞이꽃 / 이홍섭 본문
달맞이꽃
한 아이가 돌을 던져놓고
돌이 채 강에 닿기도 전에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다
어디로 날아갈지 모르던
돌 같던 첫사랑도 저러했으리
그로부터 너무 멀리 왔거나
그로부터 너무 멀리 가지 못했다
이홍섭 시집, 《숨결》
사춘기 아이가 좋아하던 이는 누구였을까? 제목이 달맞이꽃인걸로 보아 한밤 중에 무엇인가를 본듯하다.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것은 무엇이었을까? 말을 건넸을 때, 어떻게 반응할까 두려워 편지를 전하고 돌아서 냅다 뛰던 것도 같은 마음 같기도 하다. 이제 다시 달밤에 피어나는 꽃을 본다. 나는 그로부터 너무 멀리 왔을까? (한승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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