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분교_우리는 조금씩 떠나가고 있다
김유정 토론 자료 본문
<김유정 소설에 나타난 가난과 타락한 성의 근원>토론 자료
한승태
우선 용어상의 문제를 제기하겠다. 발표자의 글에는 첫 문장을 제외하고 작가 이름인 김유정을 단순히 ‘유정’ 혹은 ‘유정문학’이라고 표기하고 있는데, 이는 ‘김유정’ 혹은 ‘김유정 문학’으로 표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유정’이 당대 작가들이 많이 사용하던 호도 아니며, 그의 실제 이름이다. 친근함을 표현한 것일 수도 있겠으나 이러한 발표의 글에서는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 그리고 작품 표기 중에 ‘소나기’가 아닌 <소낙비>가 맞는 제목이다. 그리고 무슨 의미인지는 알겠으나, 불구적 남녀관계라는 것이 과연 성립하는 말인지 궁금하다.
발표자의 글은 ‘김유정 소설은 가난과 불구적인 남녀관계가 그의 소설에서 빠뜨릴 수 없는 중요한 모티브이다. 이 두 가지 모티브는 단순한 소설적 배경으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 시대의 현실을 증언하는 요소들이다.’ 이라는 내용이 전제인데, 가난이 중요 모티브라는 것과 당대의 현실을 증언하는 요소라는 데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또한 나는 발표자가 전제한 일부 평자들의 현실인식 부족에 대해서는 나도 발표자와 인식을 같이 한다. 또한 발표에서 제기한 가난의 현실적 인식과 타락한 성의 문제는 동의하면서도 성의 타락의 원인에 대해서는 조금 의견을 달리한다.
발표자가 주장한 ‘불구적 남녀관계’라는 것은 일부 작품에 한정된다고 본다. 발표자는 <소낙비>, <가을>, <만무방>을 예로 들어 이렇게 진단하고 있다. 그러나 그의 작품 31편에 나타나는 모든 작품의 남녀관계가 ‘불구적’으로 들어나지는 않는다. 이러한 남녀관계는 중요 모티브인 가난의 진행과 결과로 드러나는 하나의 현상으로 보인다.
그의 주요 작품인 <봄․봄>과 <동백꽃>, <산골>에 드러나는 남녀관계는 비록 여성의 적극적인 애정공세가 드러나기는 하지만 ‘불구’적인 모습이라기보다 오히려 건강한 모습으로 보인다.
그 외에도 김유정 소설에 등장하는 나그네, 혹은 들병이에 대한 김유정의 구체적 언급이 있는 <조선의 집시>에 들여다보면,
...안해를 내놋코 그리고 먹는 것이다. 애교를 판다는 것도 근자에 이르러서는 완전히 노동화하였다. 노동하야 생활하는 여기에는 아무도 이의가 업슬것이다.
이것이 즉 들병이다....
...말하자면 지주와 빗쟁이에게 수확물을 주고 다시 한겨울을 염려하기 위하야 한 해 동안 땀을 흘렷는지 모른다.
여기에서 한번 분발한 것이 즉 들병이생활이다.
들병이가 되면 밥은 식성대로 먹을수잇다는 것과 또는 그 준비에 돈 한푼 안든다는 이것에 그들은 매혹된다.
그래서 들병이들은 다음해 여름까지 먹고 살 연명자료로 들병이 일을 한다. 그리고 김유정에 의하면 그들은 술집작부와 같은 점이 있음을 지적한다. 그렇지만 순박한 농군들을 상대하기 때문에 서울 작부와는 다른 점이 있다고 진단한다. 그리고 이들이 농군들에게 독사 같지만 이들의 순기능이 있음을 항변하는데, 그건 시골총각들이 처를 얻는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그래서 늙은 총각들이 머슴살이를 하고)정열의 포만상태를 주기적으로 조절하는 완화작용, 즉 그것이 들병이의 역할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들은 정당한 노동자라 부른다.
그렇다면 누가 먹고사는 노동자에게 불구적 남녀관계라고 할 것인가? 이는 가난이 낳은 또 하나의 생활이며, 당대 현실을 증언하는 하나의 요소일 뿐이다.
이들 작품을 보면 오히려 순박함과 인간의 원초적인 육욕과 배고픔이 더 잘 드러난다. 가난에 입에 풀칠하기도 힘든 판에 사내들은 마을에 들병이가 들었다면, 추렴을 하여 떼난봉이 나서 들병이를 만나려한다. <솥>의 주인공 근식은 집안의 살림살이까지 들고 나간다.
따라서 타락한 성, 혹은 ‘불구적’ 남녀관계라는 것은 발표자처럼 윤리적으로 바라볼 것이 아닌 것만은 확실하다. 그 외에도 이런 관계를 형성한 데는 가난과 더불어 장가갈 수 없는 총각들의 들끓는 욕망의 문제로 봐야하지 않을까?
소낙비의 경우 춘호 처는 가난과 남편의 닦달에 어쩔 수 없는 선택처럼 보이지만 쇠돌엄마와 이주사를 두고 욕망의 삼각형을 보여준다. 쇠돌엄마의 호사가 이주사 때문임을 알게 된 춘호처는 쇠돌엄마로 인해 이주사를 욕망하게 된다. 물론 이건 육체적 욕망이 아닌 경제적 욕망이지만 말이다.
이에 대해 발표자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듣고 싶다.
<떡>의 옥이의 경우는 터무니없는 식욕을 문제 삼고 있는데, 이는 가난이 빗어낸 아이러니다. 그래서 <떡>의 처음에서 사람이 떡에 잡아먹힌 이야기라고 소개하고 있다. 따라서 여기서 식욕은 가난의 알레고리로서 작용한다고 보인다.
'[논문자료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올림픽과 문학이 갖는 그 接點과 거리에 대한 省察 (0) | 2015.11.14 |
---|---|
백석 詩의 모더니즘 경향 연구 / 한승태 (6) | 2012.12.22 |
[논문]동화와 애니메이션의 구조 (0) | 2009.03.02 |
15초의 예술 -한국 CF애니메이션의 역사 한승태 (0) | 2008.09.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