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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잣말/바람분교장이 전하는 엽서

백거이_술잔을 앞에 두고

바람분교장 2016. 7. 5. 16:27

對酒二首

白居易

蝸牛角上爭何事
石火光中寄此身
隨富隨貧且歡樂
不開口笑是癡人


술을 앞에 두고

 

백거이

 

달팽이 뿔 위에서 싸워 무엇 하리

부싯돌 번쩍이듯 찰나를 사는 몸

부유하든 가난하든 또한 즐길 일

어리석어라! 크게 웃지 않는 자여

 

: 한승태

 

 

사람과 어울려 살면 반드시 각각의 욕망과 욕망이 충돌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싸움도 나고, 전쟁도 나고, 죽음도 불사한다. 사람의 욕망은 하나가 아니되 대부분의 욕망의 뿌리는 같은가 보다. 화나는 마음의 근원을 따져 올라가면 충돌지점이 나온다. 그것이 권력이든 돈이든 이성이든 세상의 모든 얼굴만큼이나 많은 욕망이 이렇게 단순할까 싶다.

 

얼마 전부터 질시와 괘씸함이라는 두 봉우리의 싸움을 겪었다. 예전 같았으면 더러워라, 하고 내 마음을 닫았을 것이다. 하지만 백거이가 살던 시절처럼 세상은 먹고 사는 데 단순하지 않다. 자본의 사회에서는 누구나 머슴의 역할을 자처한다. 그래야 생계를 이어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분노도 꾹꾹 눌러둔다. 그러니 속이 아리다. 몸속 장기가 상하는 걸 느낀다. 한 갑자의 내공이 무너진다. 하지만 어떻게 해서든 살아내야 한다. 매번 굴러 떨어지는 둘을 밀어 올려야 하는 천형을 시지프스가 견디듯 그게 삶이다.

 

문제는 어떻게 받아들이느냐 이겠다. 술 한 잔으로 잊고 웃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백거이는 좋겠다! 술 깨면 다시 한잔 더 마셔야 하리라. 깨면 또 마셔야 하리라. 그러다보면 안다. 몸이 지옥이란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