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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술피리의 음률 속으로 떠나는 여행

바람분교장 2010. 4. 30. 21:36

김도연  소설집    0시의 부에노스아이레스을 읽고
      

 

                                                             written by 한승태

 


    나는 마술피리의 음률에 끌려 내가 알지 못하는 계단을 따라 내려간다. 그곳은 어둡고 깊은 동굴 속 같기도 하다. 어느 순간 시간이 멈춘듯하더니 밝은 빛이 눈을 멀게 한다. 그곳은 모차르트의 오페라 마술피리가 흘러나오는 동굴이다.

    큰 뱀에 쫓기던 이집트 왕자 타미노는, 밤의 여왕의 시녀 세 사람에게 구원을 받고, 밤의 여왕으로부터 惡僧 자라스트로에게 잡혀 있는 딸 파미나를 구출해달라는 청을 받는다. 여왕이 준 마술피리를 가지고 새사냥꾼 파파게노와 함께 적지에 잠입한다. 하지만 여왕의 말과는 반대로 자라스트로는 덕망이 높은 고승이며, 악과 어둠의 세계를 지배하는 밤의 여왕으로부터 청순한 딸을 보호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여러 시련을 겪은 뒤 왕자 타미노와 공주 파미나는 마침내 사랑의 승리를 얻게 된다는 이야기다.

    김도연의 소설 ‘0시의 부에노스아이레스’는 라틴의 탱고 음악이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의 소설은 마술피리를 닮았다. 나는 근본적으로 김도연의 소설이 사랑의 승리를 얻기 위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동화 속의 주인공들은 사랑을 얻게 된다. 하지만 매번 그의 소설 속의 주인공들에게 돌아오는 몫은 실연과 부당한 현실 뿐이다.

    작가는 무모하다. 그래서 그들은 글을 쓰는지도 모르겠다. 글 쓰는 인간들이란.....0시의 부에노스아이레스나, 검은 눈, 야하고 묘하고 혹한 이야기, 지중해, 아침못의 미궁, 기차가 사북을 지난간다. 등 일련의 작품들은 이런 실패한 사랑의 이야기이다.

    화가 이우환의 말에 따르면, 모든 예술가는 자기의 내면적인 이미지를 현실화하는 길과 자기의 내면적인 생각과 내부 현실을 조합하는 길을 간다. 그런 의미에서 김도연의 소설 속 현실은 작가의 내면적인 이미지처럼 보인다. 작가는 내부 현실을 실제 현실과 교묘하게 교차시켜 놓는다. 그곳에서 마술피리의 음률은 울려나온다. 여기서 그 음률은 어떤 여백이 되는데, 그의 작품의 여백은 작가와 시간이란 현실의 만남에 의해 열리는 상상력의 공간을 말한다.

    그는 언어에서 출발하지만 우울하고 미묘한 음률을 들려준다. 그는 음율이 들려주는 미지의 세계와 관계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그의 소설 속의 주인공들은 분열적 인간이면서도 극적인 종말은 없다. 시간의 뒤범벅만 있을 뿐이다. 그의 이야기는 비루먹은 현실에서 '마술적 결혼'을 원한다. 그래서 그의 사랑은 영원히 비극이다.

    오페라 속의 밤의 여왕의 말을 빌면, "작가여, 이 마술피리야말로 당신을 지켜줄 것입니다. 불행이 닥쳐올 때는 위력을 발휘해서 사람의 마음조차 변하게 합니다. 고통 속에 빠진 인간도 사랑을 속삭이죠. 이런 피리는 황금보다 귀한 것, 행복도 이로 인해 찾게 됩니다."
    파미나 공주는 말한다. "작가여, 마술피리를 불어주시오. 그 소리가 우리를 구원합니다. 그 피리는 천년 전의 미지로 우리를 안내합니다."

    자, 이제 그의 주인공들과 함께 미지의 세계로 떠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