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분교_우리는 조금씩 떠나가고 있다
이병철 / 도미노 놀이 본문
도미노 놀이
이병철
공사장에서 우리는 무슨 냄새를 맡고 있었다
개들이 짝짓기 하는 냄새야 아니야 날지 못하는 새의 똥 냄새야
죽은 사람 냄새야,
시멘트 먼지 속으로 우리는 코를 킁킁거렸다
죽은 사람 냄새는 슬프다
슬픈 게 뭔지 어떻게 알아? 그건 아직 배우지 않았잖아
철근 위로 어둠이 콘크리트처럼 단단하게 일어서자
우리는 냄새 쪽으로 자갈을 집어 던졌다
저기엔 아무도 없어, 여기서 자고 갈개?
무서워 너희들 등 뒤로 냄새가 따라오는 게 보여
겁쟁이, 우리는 안 죽어
냄새로부터 누구도 도망칠 수 없다는 걸 너희는 몰라
어둠이 냄새를 환하게 밝히는데
너희는 죽음의 냄새 같은 건 없다는 듯
벽돌로 도미노 놀이를 하며 웃고 있었어
그날 밤, 나는 공사장에 코를 두고 왔다
어떤 꿈에선 앞으로 나란히,
도미노처럼 넘어지는 너희를 본다
누가 너희를 밀었니?
아무도 웃지 않는다, 냄새가 난다
내가 마지막 블록이 될게
2014년 <시인수첩> 신인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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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장은 우리들의 집일까, 우리의 사회일까, 무엇을 상정해도 살아가는 사람은 짓기 시작할 때부터 죽음으로 벽을 세운다. 죽음 속에서 태어나고 하나의 벽돌처럼 살아가다 쓰러져간다. 냄새의 비유, 시인은 슬픔에 민간한 존재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