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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마을

바람분교장 2017. 9. 23. 16:56

나와 마을

 

 

 

한파에 소독약을 회칠한 골짜기 마을

조류독감에 구제역이 창궐하다 눈 그치고

마침내 어린 젖먹이를 위한 조등도 켜지고 말았다

하루치 걸음은 지워져 짧은 일월이 되고

비탈에 선 나무들은 하늘로 피를 토한다

 

짓다 만 까치집 불탄다 영문도 모른 채

체온을 잃은 새떼는 급히 날아오르고

숲정이엔 껴묻거리처럼 순장되는 부사리 영각

어깨까지 잘린 가로수는 돌아서 입술을 깨문다

저 병풍 속 다리를 건너 자식 잃은 이국의 며느리야

너의 슬픈 눈을 바로 보지 못하겠다

까치도 까마귀도 네가 가는 곳이 궁금하겠다

남은 생도 영각도 저주도 묻혀버린 곳

돌아보니 골짜기가 오롯이 명당이다

너희들은 이미 다리를 건넌 생이다 부디

 

살처분한 하늘에는 흙눈이 쳐들어오고

대지는 온통 어둠이 흡혈하는 무덤이다

日月은 방심한 급소만 베고 지나고

다리 건너 이어진 길로 생석회가 달라붙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