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이 읽고 보내준 한 구절이다. 왜 이런 구절이 떠올랐을까? 하필이면 지금!
“[친구는] 미친 사람처럼 화를 내다가 자지러지게 웃어 댔죠. 때로는 이글거리는 눈으로 나를 쳐다보며 외쳤습니다. 〈그건 독毒일세! 짐승에게서는 독을 비워 내야만 하네!〉또 때로는 검지로 내 배를 쿡쿡 찌르며 빈정거렸어요. 〈그들은 지금 엄청난 두려움에 빠져 있네. 하하! 주머니를 털릴까 봐. 배를 주릴까 봐 두려워하고 있지. 그들의 산업과 장사 때문에 말이야! 그들은 오로지 그 생각뿐이지! 몇 안 되는 놈들, 우리는 그들을 살살 달래 잠재울 걸세. 하하하!......그건 아주 쉬운 일이 될 거야!〉그는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를 때까지 웃어댔습니다. 〈우린 그들의 영혼을 콩 한 접시와 맞바꿀 거야!〉”
베르너가 숨을 들이쉬었다.
“저는 말했습니다. 〈자네가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헤아려 봤나? 진지하게 헤아려 봤어?〉그러자 그가 대답했죠. 〈그런 것으로 우리가 주눅 들 것이라 생각하나? 우리의 냉철함은 차원이 달라!〉그래서 제가 말했습니다. 〈그럼 그 영혼의 무덤은? 그 무덤을 봉인할 작정인가, 영원히?〉그는 대답했죠. 〈이건 생사가 걸린 일이야. 사실 정복하기 위해서는 힘으로 충분하네. 하지만 지배하기 위해서는 그렇지 않지. 지배하는 데에는 군대가 쓸모없다는 걸 우린 잘 알고 있네.〉전 외쳤죠. 〈지배하기 위해 정신을 파괴하겠다고? 그건 절대 안 돼!〉그가 대답했습니다. 〈정신은 결코 죽지 않아. 그보다 더한 일을 겪어도 자신의 유해에서 다시 태어나지. 우리는 천년을 염두에 두고 건설해야만 하네. 그러려면 우선 파괴해야만 해.〉전 그를 쳐다보았습니다. 그의 맑은 눈 깊은 곳을 들여다보았습니다. 그래요. 그의 말은 진실이었습니다. 그것이 가장 끔찍했죠.”
(베르코르, 《바다의 침묵》, 이상해 옮김, 열린책들, 2009, 71-72면)